ㅊ 

나는 왕이로소이다.

글 이 목 일 (서양화가)

  그림(판화; 만도린을 든 사람) 이 목 일

해운대 넓은 백사장에 달빛이 가득하다

이쪽에서 저쪽에서 그쪽에서 사람들이

고개를 숙이고 흐느적거리며 푸른 달빛 조명 아래로 모여든다.

어떤 이는 절름거리며

또 어떤 이는 왼팔을 늘어뜨리고

뒤뚱 뒤뚱 거리며 모여든다.

이쪽 저쪽에서 장군님들이 환의를 걸치고도 온다.

구경꾼들도 모여들고......

한판 축제를 하려나 보다.

아니 저기는 누구야

휠체어에 앉아 발 을 쭉 뻗고 양손을 휘 저어며 온다.

옆으로 두 사람이 뒤에 한사람이

호위를 하고 온다.

아, 왕이로구나.

왕!

왕도 축제에 참석하셨다

왕을 의자가 아닌 침대에 눕히신다.

역시 왕 이로소이다.

두 사람이 양 팔을 잡고 뒤에 있던 사람이

겨드랑이로 팔을 넣어 껴안고서 눕히신다.

왕은 누워 팔을 이리 저리 휘두르며

아무도 알아들을 수 없는 짐승 같은 소리를 지른다.

으허야야 ~

아허흐엉~

명령을 하나 보다.

절름발이 흔들이들 어깨위로 달빛을 가득 짊어지고

춤을 춘다.

흔들 꺽!

절름 떡!

북소리도 징소리도 없는 적막 속에서.......

대왕님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간다

아 뭔가 기분이 안 좋나 보다.

옆에 있는 사람들이 다시 휠체어에 옮겨 싣는다.

달빛도 서려지고 모두가 자신의 그림자를 밟으며 온 곳으로 다시

흔들 절뚝

절뚝 흔들거리며

소리 없이 어둠 속으로 흩어진다.

멀리서 짐승의 소리 같은 외침이

아무도 없는 빈 축제장에 간헐적으로 난무하고........

그래!

흔들거리면 어떠랴.

절뚝거리면 어떠랴 .

살아 있음이 아름다워...

이렇게 우리들만의 축제가 있고

하루하루 삶의 찬가를 부르며 모였다가

흩어지는 우리들은 이름 모를 들꽃.

 이목일 <나무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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