狂 畵 師 (광화사)

글,그림 이 목 일 (서양화가)

예술의 세계에는 천재가 없다.

예술의 세계에는 광인만이 존재할 뿐이다.

오후 일곱 시

오후 일곱 시면 신도시 저 너머 서해로 침수하는 검붉은 태양의 낙조 .....

아! 석류 알처럼 붉게 타오르는 태양의 반점이......

저 반점은 빈센트 반 고호 의 고독한 외침이며 눈동자다.

이 시각 광인은 온 산야에 불을 질러 놓고

춤을 추는 불꽃의 꽃잎을 외롭게 화폭에 옮겨 심고 있다.

빨갛고 파랗고 노란 원색으로 하얀 캠파스에 각혈하고 있다.

정말 유장한 거룩함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용기 없는 삶의 망설임을

그대는 거침없이 온 몸으로 담아내고 있구나.

생·야·전·기·현·하고 . (生 也 全 機 現)

사·야·전·기·현·하라 . (死 也 全 機 現)

살 때는 온몸으로 살고 죽을 때는 온몸으로 죽어라 는 말씀이 그대의 붓끝에서 부활하는구나.

붉고 샛노란 꽃을 심어내는 그대와 한 번 만이라도 좋다.

독주를 마시고 취하고 싶다.

추억과 낭만이 사라진 회색 도시에서 살바도르 달리의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차가운 시계의 정지된 시침과 분침이 될 때까지......

때론 그대의 왼쪽 귀와 나의

오른쪽 귀때기를 술잔에 곁들여서 원색의 그곳에 당도할 때까지 마시고 싶구나.

그리고 흠뻑 취한 눈을 하고 그대의 침실로 달려가고 싶다.

그대 나에게 말씀을 해주게 뭐라고 한마디 말씀을 해주게.

신의 말씀은 예언이 되고

사람의 말씀은 교훈이 된다고 했는데

예언도 교훈도 다 좋으니 말씀을 해주게

아직도 굳지 않은 물감과 테레핀 냄새가 진동하는 붓을 통째로 쥐고

까마귀가 날으는 밀밭 너머로 침몰하는 그대의 눈동자를

나의 박동 하는 가슴에 문신처럼 그려 넣고 싶다.

이제 하루가 마감되고 또 하루를 맞이하기 위해

휴식의 긴 시간이 나래를 편다.

캄캄한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고

조금 아까보다 더 세차게 후드득후드득 메마른 땅과 가슴을 적신다.

내 가슴에 조용히 비가 내리네

마을에 비가 내리듯

내 가슴속에 스며드는 이 우울함은 무엇인가

땅과 지붕 위에 내리는 부드러운 빗소리여

우울한 가슴에 울리는 오! 비의 노래여

병든 이 가슴에 공연히 비가

오! 뭐라고 배반이 아니라고

이 슬픔은 이유가 없네

이유를 모르는 건

가장 나쁜 고통

사랑도 증오도 없지만

내 가슴은 고통 투성이네

그대의 눈에도 비가 내리는가.

붉게 타오르는 고독의 눈을 식히기엔

이 비가 모자란단 말인가......

To Be or Not To Be.....

병실 복도를 새벽에 걷노라면 창밖의 여명이

하늘을 바다를 그리고 온천지를 물들이며 밝아 오는걸 보니 10여 년 전

일산 원당 화실에서 작품을 하다가

문득 서해로 지는 노을을 보며 쓴 글이 생각나서 기억해 봤다.

요즘 시간이 나면 5층 화실로 뛰어 내려가서

캠퍼스나 빨래판에 그때그때의 영감을 심는다.

그렇게 그림을 그릴 때마다

그 당시 원당에서 바라본 노을이 오버랩 되고.

반고흐의 원색이 해운대 앞 바다에 출렁이는 파도처럼 환시에 젖어 들곤 한다......

병원에서 그림을 그린 사람은

이백 여 년 전의 빈셋 반고흐와 영광스럽게도

나 이렇게 두 명뿐이다.

내가 알기로는........ 

 이목일 <나무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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