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를 잃고 둘을 얻다.

글 이 목 일(서양화가)

나는 누가 뭐래도 화가다.

화가는 죽을 때 붓을 잡고 죽는 걸 소원한다.

나는 지금까지 그림 밥을 먹고 여기까지 왔고.

내 삶을 돌이켜보니 원도 한도 없다. 지금 죽어도 좋다.

죽어도 좋다 하면 어폐가 있지만……. 그렇다는 거다.

하나를 잃은 것은 두말할 필요 없이 건강이다.

그러면 얻은 것은 뭐니 하는 것이다.

그 얻음의 첫 번째로는 참된 인간을 만났다는 것이다….

모질게도 찐한 인간을….

내가 쓰러지지 않았다면 절대 만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얼마나 행복하고 다행한 일인가.

그런 사람 만남은 운명적이지 않으면 죽어도 어렵다.

영원히 같이 갈 벗이라 하늘에서 내려준 것 같다.ㅎ

그 두 번째는 그림이다.

지금처럼 매일 시간이 나면 오로지 그림 구상과 그리기를 했을성싶다.

벌써 작품이 5,60점이 모였다.

앞으로 천점을 그릴 예정이다.

며칠 전인 일요일 날, 필이 꽂혀 영감으로 9점을 그려 댔다는 거 아닌가.

그동안 징그럽게도 그렸는데도 말이다.

지금 몇 군데서 전시회를 하자고 연락이 온다.

내가 서둘 필요가 없다. 앞으로 2,3년 후에….

그래서 반쪽을 잃어버리고 벗들도 잃어버렸나 했는데

모두가 그 자리에 있을 뿐이다.

살기가 팍팍하여 잠시 동면 중이다.

몸도 조금씩 좋아져 왼손으로 두유 뚜껑을 딴다.

몸이 풀어진다는 것을 몸 스스로가 알고 있고….

병원에서 지독하게 재활치료를 시킨다.

진작 왔어야 할 곳인데….

그러나 지금 부터가 시작이다.

몸 관리만 잘하면 일 년 후면 자전거를 탈 수 있을 것 같고 같고

지금도 문득 자신이 생겨 자전거를 타고 싶다.

그래서 살아 있어야 한다.

나는 수없이 자살을 생각했었는데 참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자살은 스스로 죽겠다는 것 인데 때가 되면 다 잡아간다…….

그러니 이 역시 서둘 필요가 있는가. ㅎ

죽지 마라, 다시 태어나기가 어렵고.

태어나지를 마라, 죽기가 어렵다….

                                                                                                 그림 이 목 일

화실이 복잡해져 가고 작업실 냄새가 물씬 난다.

산에는 꽃이 피네1..

산에는 꽃이 피네 2. full moon.

이목일 <나무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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