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병을 만든다.

글 이 목 일 (서양화가)

나는 그림을 그리는 전업 작가이다.

살아오면서 오로지 그림만 그려서 개인전도 20여회를 했고 해외전도 수없이 했다. 특히 뉴욕에서 초대전만 3번을 하였고 중국 베이징 올림픽 때도 초대받아 북경에서 개인전을 한 한국의 중견 작가다.

나의 운명은 2011. 1월 13일 날 어느 의사에 의해서 결정이 되어버렸다.

그해는 유별나게 추웠고 특히 내 고향 경남 함양 땅의 추위는 말 그대로 살을 에는 추위였다.

나는 평상시와 같이 난로에 장작을 넣고 화력을 가득 올리고 그림을 그렸지만 화력이 추위를 잡지를 못했다. 어쩔 수 없이 소주 한 병을 홀짝여 가면서 그림에 몰두하는데 갑자기 머리가 왼쪽으로 빙빙 돌면서 쓰러지려고 하지 않는가. 이렇게 머리가 도는 것은 생전 처음이며 처음으로 쓰러진 것이다 가볍게……. 그러나 이처럼 머리가 빙빙 도는 것은 술 때문이 아니고 뭔가 또 다른 어떤 힘의 작용 이였다 는 걸 본능적으로 감지하며 아 심상치 않는 뭔가의 중대한 병이 구나를 스스로 느껴졌다.

나는 바로 약국에 가서 상태를 이야기 하였더니 눈을 휘둥그레 뜨고는 아이쿠!! 선생님 빨리 병원으로 가셔요. 그 말이 떨어지기 전에 나는 시동을 걸고 평소 잘 아는 병원으로 달려가서 원장에게 증상을 이야기 하였더니 그럼 CT를 찍어 보자고 하여 CT 촬영을 했고 곧 바로 필름을 같이 보면서 목일이 머리를 보니까 죽을 때까지 뇌경색은 안 오겠다. 뇌가 너무 깨끗하구나. 하며 아무렇지도 않은 양 약을 처방해주어 난 그 처방전을 들고 약국에서 약을 처방받아 집으로 돌아 왔다. 이런 일련의 일이 진행 중인데도 계속 머리는 처음과 똑같이 빙빙 돌고 있었다.

의사의 말을 철떡 같이 믿고 그렇게 집에서 이틀을 지냈지만 똑같은 증상이 계속 되어 마산 삼성의료원에 근무하는 후배에게 증상을 이야기 하고 다음날 마산으로 달렸다. 도착하자마자 영상실에서 M.R.I 촬영기에 몸을 맡겼다. 곧바로 나온 결과물을 본 신경정신과 의사가 지금 바로 입원하라 한다. 뇌 사진을 보니 뇌 위쪽에 깨알보다 작은 흰점이 하얗게 찍혀있었다. 바로 저놈입니다 어서 입원하셔요.

난 아주 위중한 일이 뇌 속에 벌어지고 있구나 하며 그 영상을 CD로 하나 구워 달라고 하곤 처음 진찰받았던 시골병원으로 다시 달렸다. 그리곤 그 원장에게 CD를 보게 하니 간호사에게 바로 급히 조치를 취한다. 바로 입원을 시키고 혈전용해제를 주사하였다. 그러나 사후 약방문이 되어 버렸다. 죽은 아들 고추 만지기이며. 깨어진 장독 맞추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아! 이제 후회한들 소용없고 땅을 친들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나는 이미 뇌졸중 환자로서 병원 차트에 기록이 되어버렸고 왼쪽 편마비가 되어 어느 날 불구가 되어버렸다. 불구……. 나도 이렇게 되는 구나. 신문이나 티비에선 100세가 어떻고 인생은 60부터라 하질 않았나. 근데 이제 60의 나이에 …….그리고 화가는 지금 부터인데 …….

가만히 생각하니 너무나 억울하고 이렇게 살아서 뭘 하나 차라리 죽자하고 아파트 13층 아파트 복도에서 몇 번을 투신을 시도 하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질 않았다.

참, 죽는 것도 이렇게 힘들구나, 하며 몇 번을 뒤돌아서곤 했다.

나는 그 후로 곰곰이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나도 죽고 그도 죽여 버리자는 철부지 같은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며 원망과 회한으로 가득한 나날로 채워갔다…….

나는 오른쪽을 못 쓰는 소위 편마비가 되어 왼쪽으로는 전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상태이다. 지금은 조금씩 걸어 다니며 악을 쓰고 걸으면 약 3.4키로는 혼자서 걸으며 대소변도 혼자서 해결 할 정도로 회복이 되었다……. 또 병원에서 화실은 조그마하게 내주어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렇게 화가가 병원에서 그림을 그린 것은 네덜란드 화가 빈셋트 반고흐가 정신병원에 입원 했을 때 병원장인 가셔 박사가 반고흐의 화실을 만들어 주어 불멸의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고 영광스럽게도 그 다음이 나다.

그리고 또 하나는 나는…….

그날 죽은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그날이 사망한 날이며_

나의 육신은 죽검으로 꼿꼿하게 경직되어 하얀 천 아래의 세상에서 가장 차가운 냉동실에 누운 채로 당신들의 조문을 받아야 하는 날이기도하다.

그리고 영원히 돌아갈 수 없는 이승!

따스한 봄날 진달래 꽃길을 따라 산등선을 오르던 영희야! 화니야! 나는 눈물을 삼키며 안개 자욱한 검은 세상으로 몸을 묻는다.

오늘도 내일도 내 앞에는 늘 죽음이라는 유체 하나가 똬아리를 틀고 내가 그 앞을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는 현실에서 절망과 좌절에서 슬픈 노래를 부르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누구라도 환자라면 자살을 생각 했을 것이고…….

혼자서 절망에 몸을 떨었을 것이다…….

그런데 병원에 와서 보고는 생각과 의식이 바뀌어 갔다.

천태만상의 환자들이 삶을 노래하며 재활치료를 하는 모습은 눈물 나는 한편의 드라마였다. 나는 여기서 나보다 백배 더 심한 환자들과 섞이며 그동안의 생각들이 얼마나 큰 사치였나 하면 부끄러웠다. 그리고 의식과 생각이 조금씩 아주 조금씩 긍정적으로 나날이 바뀌어갔고 몸에도 변화가 있어왔다…….

큰 변화는 우선자살! 에 대한 생각과 절망 원망 회한 따위의 거미줄 같은 생각들이 소멸되어 가며 원색의 꽃망울이 돋는 희망의 꽃밭이 마음속에 만들어지고

희망의 웃음과 미소의 나날로 바뀌고 있었다…….

그리고 오진을 한 그 의사도 내 맘 속에 녹아 내려 한 자루의 촛불이 되어가고 있고

모두가 용서가 되며 강철같이 강하고 빙하처럼 차가웠던 한 홉의 얼음은 조금씩 물이 되어갔다.

병원의 물리 치료사 선생들의 진심어린 물리 치료는 환자들을 안심과 확신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며 병원 제반 여러 가지가 환자를 위하는 방편에 마음이 편하다. 특히 오후엔 환자들 스스로가 운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너무 좋다. 그리고 틈틈이 그려진 그림이 모아져 여기 병원 복도에서 전시회를 개최할 날만을 고대하며 코끼리 페달에 박차를 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