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병에 효자가 없다?

                                                                                                       글    이 목 일

부산 하워드센텀병원 613호실에
환자 한분이 내 뒤를 이어 입원을 하셨다
그냥 언뜻 보아도 중환자시다. 휠체어에 육신을 담고서 목을 앞으로 축 늘어뜨리고 입원하셨다. 뒤따라 들어오는 간병인이 가지고 오는 살림 살이가 엄청났다. 마치 이삿짐 운반 같아서 깜짝 놀랬다. 전부 간병에 필요한 세간살이 이다.

환자와 함께 들어온 간병인은 30대의 청년 두 명이다. 조심스럽게 인사를 하며 들어오는데 환자의 아들이라고 했다. 환자는 목사님이시고...
목사님의 나이는 50대 후반.
발병은 5년 전이며 어느 날 아침에 뇌출혈이 온 것이다.

그날도 어제와 같이 아침에 일어나셔서 하나님께 기도를 하며 찬송가를 가족과 같이 부르고는 머리가 좀 아프다고 하시며 바로 쓰러지셨다 한다.

가족들은 아버지를 바로 병원으로 옮겼고 병원에서는 바로 수술실로 향했고 수술도 성공적으로 끝났는데도 일어나질 못하셨다. 장장 8개월을 전신마비 상태로 중환자실 신세를 지며 계시다가 퇴원을 하였는데 그때부터의 증상은 언어를 잃어버렸고 기억력마저도 상실 되어 그야말로 식물인간으로서 숨만 쉬는 상태였다 한다.

 가족들은 어떻게 하든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재활 병원을 여기저기 전전하며 치료를 하는데 첫날부터 두 아들의 간병이 눈에 확 띄었다.
짐을 대충 챙겨 높고 둘째 아들이 외출을 한다. 어디 가냐고 물었더니 아버지 밥을 지으러 간다고 하며 나간다. 아니 밥은 병원에서 나오는데.....
나간 아들은 저녁때쯤 가방에 뭔가 가득 넣어서 돌아 왔고 전자레인지에 뭔가를 데워서 왔다. 첫째 아들은 아버지를 침대에 반듯하게 앉히고 기도를 하며 성경책을 읽어드린다. 그리고 긴 기도를 하며 아버지의 완쾌를 빈다. 너무 경건하다.
아들 둘의 간병은 삽시간에 병원에 퍼져 소문이 났다.그래도 그들은 개의치 않고.
열심히 자식의 도리를 다하고 있다....


집에서 가방에 아버지 밥을 해온 동생이 아버지 앞에 앉아서 밥을 먹인다. 아버지는 씹지를 못하여 집에서 채소와 현미로 죽처럼 만들어 와서 먹인다.이일도 5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서......

그리고는 저녁 이면 매일 목욕을 시키고 잠 들게 하고 아들 한명은 아버지 옆에 앉아서 아버지 몸이 경직되지 않게 옆에서 밤이 새도록 온 전신을 주물리며 마사지를 한다. 그래야 몸이 굳어지질 않는다며 이 일 역시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 한다.

나는 우연히
화장실을 가다가 그 광경을 목격한 것이다.잠을 자지않고 성경책을 독송하기도 하면서 아버지의 육신을 만진다...
그리고 아침운동치료 가기전 자투리 시간에는 아버지 앞에 정좌하여 기도를 하며 성경을 읽어드린다.

이렇게 한지가 벌써 5년이나 되었다 하니..........
아버지를 살리겠다는 의지와 집력에 모두들 아들의 칭찬과 간병에 혀를 내 두른다.
어쩜 저럴수가 있는가 하면서.....

그렇다고 아들의 얼굴에 귀찮아 하거나 싫어하는 기색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
두 형제는 웃음을 잃지 않고 아버지 앞에서 미소지으며 오늘 날씨 이야기에서 부터 여러 가지 대화를 소곤거리면서 웃음을 아버지에게 선사한다.

당신에게도 이런 자식이 있다면 얼마나 행복 할까요...

밤이 오면 두 형제는 아버지를 모시고 병실에 붙어있는 샤워장으로 모시고 가서
깨끗하게 목욕을 시켜드리는데 이 목욕 세레모니가 매일 있고 이렇게 목욕을 한 것 또한 5년이 되었고 앞으로도 계속 될 것으로 생각하니..... 아! 두 형제들에게 고개가 숙여진다.
긴병에 효자 없다는 옛말이 두 형제 앞에서는 무색해진다.
아버지에 대한 간병이 어찌나 지극 정성이든지 병원에서 모든 환자의 간병인들에게 표상이 되었다.
그런데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
하나님께서 이제야 아들들의 효를 받아 들였는지

어느 날 목사님이 나를 쳐다본다.아니 나를 쳐다봐! 나를 쳐다 볼 수가 없는 몸 상태인데 그리고는 새해 복 많니 받으라고 어눌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난 깜짝 놀랬다. 아니 말씀을.......우리는 놀란 얼굴로 서로 한참을 바라보았다.

아들이 이 병원에 와서 받는 재활치료가 뭔가 영험이 있다 하며 치료와 운동에 박차를 가한다.
내가 봐도 얼굴의 눈빛이나 여러 가지가 하루하루가 틀리며 아주 조금씩 조금씩 좋아 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딱히 어디라고 말은 못하지만 회복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목사님이 다시 단상에 서서 기도하며 성령 충만한 목회 이루시길 하나님에게 기도 합니다...아멘!!! 

                                                                                                                                                                                        

이목일 <나무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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