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이라 쓰고 2012년이라 읽는다.

Adieu(아듀) 2011년, 그리고 2012년

2011년의 일출과 일몰이 왠지 모를 진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한 해의 끝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시계바늘이 아래로 고꾸러진 오후 5시경. 곧 있으면 건너편 건물들 사이로 해가 떨어질 텐데 창밖을 바라보는 저의 시선은 한없이 해를 잡아두고픈 마음입니다.

단단해보이는 건물들을 뜨거운 태양빛으로 녹인 후 부드럽게 만들어 살짜기 옆에다 두고 내려가는 해의 모습을 일각이나마 지켜보고 싶습니다.

이러함은_ 다 되가는 하루에 대한 미련도 아니오, 속절없이 시간을 보내고저 하는 여유로움도 아닐 것입니다.

그저 그렇게 보고 싶은 것을 오래토록 눈에 담아두고픈 설레임을 감히 묵살할 수 없는 나약한 의지 탓일 것입니다.

우리 병원과 연을 맺은 지 3개월 째가 된 지금의 자리에서_

이제 오른쪽 소매자락 끝에 보이는, 다섯손가락을 움크린 손들의 모습에서 정을 느낍니다.

햇볕을 등지고 걸어오는 얼굴없는 환자의 다가옴에서 온도를 느낍니다.

지인과의 통화에서 잘 움직여지지 않는 입을 움직이며 '하드!(하워드)'라고 외치시던 분의 모습부터,

침대 머리맡에 꽂힌 휴대폰 충전기를 고스란히 남겨둔 채 하직하신 8병동 어머니,

매일 아침 아홉시면 6병동의 복도를 순회하시는 백발의 아버님 모두가 정겹습니다.

보고 있지만 보고 있는 그 순간조차도 보고 싶은 이들과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한 한 해였습니다. 다가온 2012년에도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한 한 해이고 싶네요.

해묵은 것들에게서의 안녕, 그러나 숙성된 추억만큼은 남겨둔 채 새로운 희망에 대한 마중을 나가보렵니다.

2012년을 맞아  여러분의 모든 감각들이 구름을 뚫고 치솟는 흑룡의 자태처럼 힘차게 뛰어오르시길 바랍니다.

-보이지 않는 큰절 올리며.  히 초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