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그림 이목일(서양화가)

몇 년 전에 돌아가신 형수 한분이 생각난다.
세월이 지날수록 자꾸 그 형수님이 생각난다.

나에겐 누님이자 형수님이고 내 인생의 구루 였다.
그분은 젊은 나이에 불치의 병으로 돌아가셨지만
그분이 남긴 말들은 지금도 가슴에 남아있다.

내가 옛날 원당골 마을회관에서 혼자 떨며
겨울을 보낼 때 형수는 매일 전화나 편지를 해주어 추운 몸과 정신을 더웁게 해주며 겨울을 나게 하였다.

그리고 가끔은 종로 시인통신이나 형수가 사는 분당 정도의 대중식당이나
대폿집에서 마나서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많은걸 내 가슴에 담아주셨다.
난 형수의 말들을 노트에 남겨 가지고 오기도 하고 했다.
몇번씩 되삭이며 머리에 넣어 두기도 했고.

날씨가 포근하여 어지러히 널려 있는 책 정리를 하던 중
형수의 말을 적어놓은 어록집을 발견했다. 형수 앞에 서는
나는 항상 착한 범생이로 있고 형수는 높고
그룩한 선생님으로 존재했다.

그리고 만날때 부터
노트를 준비 하여 형수의 말을 적어 놓는 버릇이 생긴 것이다.
어록집을 보면서 그때 한 이야기들을 한토막 한토막 읽어 내려가면서 향수에 젖어 형수의 가슴 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가슴을 쓸어 내리는 형수에 대한 그리움에 잠겨
이렇게라도 글을 쓰지 않으며 안될것 같아서.....

보고싶다.
너무나도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뛰어갔고(세브란스 병원 영안실) 장지까지  내차도 장의차를 따라서 커브길을 돌고 언덕을 오르고 좁은길을 지나서 산속 장지까지 갔다.
몇 년 동안 갑자기 연락이 두절되어 궁금증이(연락이 도저히 되질 않았음)도를 지나쳤을 때쯤 이였다.
형수를 그동안 옆에서 간호를 했던 친구가 관위로 꽃을 던지는 나를 보고

"얘야! 그렇게 보고 싶었던 목일이 동생이 왔네. 이젠 소원 풀었다."

'나를 보는게 소원이 였다고?....'
아! 순간 모든것이 밝아졌다 그말을 듣고는 ..
그러나 사자는 말이 없고 두번 다시 돌아 올수없는 땅속으로 묻혔고  
형수는 나를 동생으로 생각하고 병상에서는 나를 동생으로 불렀단다.

그 간병인인 그녀에게 물어 보았다.
나는 "왜 내게 전화 한통 안했냐"고 물었다.
형수는 절대 알리지 마라고 신신당부를 했단다.
이유는 몇 년의 투병 생활에 몸이 성냥개비처럼 말랐다고 했고.
그렇게 마른 얼굴로 나를 보기가 창피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 이유였다.....

나에겐 형수로서 당당한 모습만 보였지만
역시 여자였다.
형수의 전형적인 긴 머리와 긴치마
그리고 누구도 흉내 낼수 없는 옷의 코디와 향수 그리고 화장법.
형수는 여성의 모습으로 나를 다시 만나서 같이 커피를 나누며 이야기 하고 싶었다는 마음이 금방 느껴져 왔다.

병고에 시달려 성냥개비 보다도 더 마른 몸과 얼굴로 나를 만나기란 참으로 어려웠을것 이라는 생각을 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아! 나의 연인 이시여....  나의 스승이시여 ....

원당골 겨울 화실에서 추위에 오스스 몸을 떨며 늦은 밤까지
서로 전화를 하면 나누어 적어 놓은글 몇 귀절을 다시 읽어 본다.
형수와 나는 여러 가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목일씨 자유는 자유를 떠나는 것이 자유이며 생각을 없애는 것이 해탈이 예요"

또 인간의 세계 에는 오락, 쾌락, 도락이 있는데 진정한 기쁨은 도락이며 그것이 인간의 참 맛 이라고 했다.

道의 경지에서 즐기는 道樂
그것은 자아를 없애야 하며 또 에고도 없애야 한다고 했다
에고 자만 독선 같은 독버섯같은걸 전부 소멸 시켜야 한다 했다.
다 옳은 이야기다...

또 생각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생각이란 무었인가
생각이 어디서 나오나 하는 것은 그 의문의 생각을 없애야 그 생각을 안다고 선문답같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내가 뭔가에 의해서 공중으로 부양 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그리고 무위법과 유의법이 있는데 무위법은 보이지 않는 세계의 법이며
유위법은 보이는 세계의 법이라고 했다.
그리고 또 보이는 세계의 법이 50프로 이며 보이지 않는 세상의 법이 또 50프로라고 했으며......

또 선에 대해서도.....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것을 요구한다.
눈(雪)은 희고 까마귀는 검다고 볼수 있어야 한다.
선은 살아 숨쉬고 있는 그대로의 삶이며 선은
어떠한 것에도 지배당하지 않는 절대 자유라고 했다.

귀신이 있다는 것은 윤회설을 뒷받침 하는 것이며
윤회설을 인정하여야 인간이 성숙해 진다고도 말했다.
늘 정신세계의 맛을 음미 하자고 하며 정신에서 육체가 생겼다고도 말했고.
지금 생각해보면 형수는 형수의 말대로 그렇게 살았다고 보여 진다.

그리고 동물을 사랑하다는 것은 동물의 몸속으로 들어 가는것 이라고 하면서 사람을 사랑하는 것도 그 사람의 가슴(몸)으로 들어가는 것이 동물 사랑과 같다고 했다.
형수는 참 아는 것도 많았다.
나는 눈을 반짝이며 늘 형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리며
몸속의 모세관 혈관에 형수의 말들을 주사하여
순간 순간 이라도 내 온몸에 형수의 피가 돌게 했다.

그리고 예술에 관해서는 항상 마음의 경계를 없애라고 말했다.
예술가에게 경계는 상상력의 부족을 가져오고
편협해 진다 고도 일러주셨다.
그러한 형수가 오늘 그때 적어놓은 책을 발견하여 보니
그동안의 보고 싶음이 응으리 되어 그리워지고 보고싶다 너무나도.

참 많은 이야기를 했다. 너무나도 많이...

형수님 보고 싶고 사랑합니다.

아!.형수님!!!!

이목일 <나무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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